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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림 아가씨! 그럼 여자의 의복 한 벌이 필요할 거야! 내가 거처하고 있는 곳이 여기서

과히 멀지 않으니, 날 따라서 함께 가 준다면, 내게는 여자의 의복쯤이야 얼마든지 있으니

까‥‥‥‥”연비가 생각할 때에도 목전에 있어서 가장 급한 문제는 어떻게 해서든지 사마림 아

가씨에게 여자의 옷 한 벌을 구해서 입게 해야겠다는 일이었다.정말, 귀가 번쩍 뜨이는 말이

었다. 사마림 아가씨가 대답할 겨를도 없이 연비가 대뜸 두 손을 맞잡고 넙죽 절을 했다.

“정 부인! 정말 감사합니다! 그렇게 해 주신다면야‥‥‥ 그 은혜 태산같이 생각하겠습니다만

‥‥‥ 부인께선 어느 곳에 거처하고 계시죠?”천수관음 손추평은 입을 삐쭉했다. 얄미운 미

소가 두 눈 언저리에서 가느다랗게 감돌았다.”젊은 친구가 성미도 무척 급하군! 왜 이렇

게 숨이 막히게 덤비는 거야?”사마림 아가씨는 처음부터 천수관음 손추평이 시시한 수작

을 하는 말에 약이 바싹 올라 있었다. 이제 또다시, 연비를 대하는 거만한 태도를 보니,

아무리 호의를 베풀어 준다 하더라도 그 말에 응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고, 도리어 화가

치밀어서 견디기 어려웠다.그러나 그것을 꾹 참는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꼬락서니를 생각

할 때, 일시의 모욕이라도 참고 견디며 마음을 단단히 먹는 게 현명지책이라고 결심했다.

‘그까짓 게 지금 무슨 아랑곳이냐? 우선 옷 한 벌부터 얻어 입고 나서 보자! 흥! 그때 가서

도 역시 지금처럼 안하 무인격으로 건방진 수작을 할 때엔, 이 사마림도 그대로 두고 보지

는 않을 테니까‥‥‥‥’이런 생각을 하면서 사마림 아가씨는, 억지로 고개를 까딱해서 인사를

표시하고는 얌전하게 말했다.”정말 고마워요. 거처하시는 데가 여기서 얼마나 먼 곳이죠?”

천수관음 손추평은 사마림 아가씨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기를 기다렸다는 듯 선뜻 대답

했다.”그다지 멀지 않아! 여기서 불과 몇 길밖에 안 되니까‥‥‥ 그럼, 우리 어서 가기로 하지!

여기는 웬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죽어 자빠졌는지, 피비린내 때문에 코가 썩을 지경이군!”

연비는 곁눈질을 해서 사마림 아가씨를 슬쩍 쳐다보며 말했다.”아가씨! 그럼 우리 정 부인

을 따라서 가기로 하죠!”예봉 사마림 아가씨는 백설같이 하얀 이빨로 아랫입술을 잘강잘

강 깨물었다.긴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좋아요! 하지만 부인께 너무 신세를 지고 폐를

끼쳐 드리는 것 같아서‥‥‥”천수관음 손추평이 관용을 베푸는 자기 마음이 자못 흐뭇하다는

듯, 지금까지와는딴판으로 아주 점잖게 대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