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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백면무상은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다가 얼떨결에 상대방 여자에게 한군데 혈도를 찔린 것

이었다. 그러나 재빨리 혈액 순환을 조절하고 혈도로 힘을 집중시켜서 막아냈기 때문에, 한 번 방

바닥에 나자빠졌다가 얼마 안 되어서 발딱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즉각에 뺑소니쳐 보려고 몸을

홱 돌렸다.그러나 방안에 서 있는 그 여자가 그렇게 호락호락 놓아 보낼 리 없었다.그 여자는

앙칼진 음성으로 발칵 소리를 질렀다.”꼼짝 말고 거기 서 있어! 두 번 다시 도망칠 생각을 했다

가는 내 칠독봉침의 맛이 어떤지 잘 알고 있을 테지?”백면무상은 어찌나 겁을 집어먹었는지 전

신을 와들와들 떨고 있었다. 한참 만에야 간신히 떨리는 몸을 진정시켰지만 음성은 역시 떨려

나왔다.”봉랑자! 나, 나는 말이야‥‥‥‥”그 여자는 두말할 것도 없이 봉랑자 우의미(于依湄) 아가

씨였다.봉랑자는 얼굴이 새파랄게 질렸다. 새카만 눈동자에서 불꽃이 튈 듯 날카로운 광채를

발사하면서 백면무상의 얼굴을 잡아 삼킬 듯이 쏘아봤다.”이봐, 백면무상! 알고 보니까 굉장

히 멋들어지게 놀 줄 아시는 서방님이셨군.”백면무상은 정말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하나의

처녀를, 하나의 때묻지 않은 여자의 토실토실하고 보드라운 육체를 정복하려는 한창 흥분된

찰나에, 봉랑자라는 말생꾸러기 여자가 쥐도 새도 모르게 발소리 하나도 없이 살짝 이 방안

에 뛰어들었다는 것은 정말 청천 벽력 같은 일이었다.겁이 나고 초조해서 말소리는 여전히

떨려 나왔다.”보‥‥‥ 봉랑자! 어째서 되돌아왔다지?”봉랑자는 잔뜩 토라진 독살스런 음성이

었다.”내가 왜 왔느냐구? 돌아올 때가 되었으니까 돌아온 게 아냐? 그대의 멋들어진 장면을

축하해 주려구‥‥‥ 흐흥!”백면무상은 쑥스럽고 어색하고, 그리고 한편 겁도 났다. 그저 날쌔게

이 방에서 빠져 달아나지 못한 것이 백 번 천 번 후회가 되었지만, 결국은 부끄러움을 금할 수

없는 입장에 놓이게 되었으니 손을 싹싹 비비며 애원해 보는 도리밖에 없었다.”봉랑자, 나에게

옷 한 벌만 입게 해주는 게 어때?”봉랑자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흐흥! 이 침상

위에 누워 있는 여자는 누구지?”백면무상은 얼굴이 시뻘개졌다. 한참 동안이나 입을 쫑긋쫑긋

하고 있다가 간신히 대답을 우물쭈물했다.”저 ‥‥‥ 저 여자는 바루‥‥‥ 저 ‥‥‥”봉랑자는 또 가볍

게 코웃음을 쳤다.”흐흥! 나는 저 뻔뻔스럽고 더러운 년의 얼굴을 꼭 좀 봐야겠어. 흥! 그대는

그렇게 쉽사리 도망칠 수는 없을 거야. 도망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