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밟아 버린다는 것은 얼마나 잔인하고 가혹한 일이냐!’매약화 아가씨는 천천히 몸을 일으

켰다. 자기가 전신에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은 알몸뚱이라는 것도 잊어버리고 성급

히 말했다.”아우님! 어서‥‥‥ 이 누이도 협력해 줄 데니 빨리 돌문을 열어 젖히도록 하자니

까‥‥‥‥”소세옥은 아가씨의 의사를 거역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아가씨의 옆으로

두어 걸음을 바짝 다가섰다.별안간, 아가씨는 두 눈썹을 찌푸리고 몇 번인지 찡긋찡긋했다

. 하얀 이빨로 앵도같이 새빨간 입술을 으스러져라고 깨물었다.”아앗!”자지러지게 소리를

지르고 그 자리에 쭈그리고 앉아 버렸다.소세옥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누님! 왜 이러시

는 거요?”매약화 아가씨는 부끄러움이 가득 찬 눈길로 소세옥을 힐끗 쳐다봤다. 한줄기

행복이 넘치는 미소가 입가에 가늘게 떠올랐다.”아무 것도 아냐! 배가 좀 아파서‥‥‥‥””병

이 나셨구려?””아니! 병이 난 게 아니구‥‥‥ 저‥‥‥ 저”소세옥은 마음속으로 혼자 생각했다.

‘이상한데? 배가 아픈 것이 어째서 병이 아니란 말인가?’소세옥도 쭈그리고 앉으면서 다

음 말을 했다.”아마, 이 동굴 속에는 습기가 가득 차 있어서 옷을 벗고 있기 때문에 감기

가 드시는 모양이오!”한줄기 새빨간 놀이 매약화 아가씨의 얼굴을 번쩍하고 스쳤다. 그것

은 연지보다도 더 빨갰다.다정함이 넘쳐 흐르는 촉촉한 눈초리로 소세옥의 얼굴을 말끄러

미 쳐다보며 부끄러운 듯 입을 열었다.”아우님은 정말 벽창호야! 아우님이 조금 전까지 성

난 수탉처럼 너무나 지나치게 푸드득거려서‥‥‥ 이 누이는‥‥‥ 이 누이는 난생 처음으로

당해 보는 일이어서 ‥‥‥‥”소세옥은 그제서야 퍼뜩 알아차렸다.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팔

을 뻗쳐서 비단결같이 곱고 버들개지같이 하늘하늘하는 아가씨의 가느다란 허리채를

껴안았다.”누님! 이 아우가 잘못했소! 과히 꾸지람하지 마시오!”매약화 아가씨는 소세

옥에게 꼭 껴안기면서 속삭이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우님! 나는 그대를 꾸지람하

는 게 아냐! 어서 일어서요! 우리 빨리 돌문을 열러 가야 하지 않겠소?”말을 마치고

두 벌거숭이 젊은 남녀들은 꼭 껴안은 채 천천히 일어섰다.돌로 만든 상 가까이 갔다.

아가씨는 조심조심 경혼검을 집어들었다. 소세옥의 손에 쥐어 주면서 명령이나 하듯

또박또박 말했다.”아우님이 먼저 시험 삼아 해봐요! 안 되면 내가 다시 해볼 테니까!”

소세옥은 칼을 힘껏 손에 움켜잡았다.두 남녀들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석실 문 근처

로 천천히 걸어갔다.소세옥은 우선 손으로 돌문짝을 한 번 밀쳐 냈다.매약화 아가씨가

성급하게 말했다.”칼을 써 봐요! 아마 이 보검을 쓰면 이 정도의 돌문쯤은 무난히 뚫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