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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한 여자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일개 나이 어린 처녀 만빙여 아가씨가 그의 안중에 있

을 리 없었다. 코웃음을 치고 나서 말했다.”흐흥! 그야 물론이지! 이 아가씨! 그걸 영광으로

생각해야 된단 말이야!”주육화상은 만빙여 아가씨가 앞으로 썩 나서는 것을 보자, 두 눈이 휘

둥그래져서 눈동자를 괴상하게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껄껄대며 아가씨를 가로막는 체했다.

“이봐! 우리 조카! 이 친구는 유명한 별명이 있는 사람이야! 사람들이 일견사라고 하지! 사람

을 보기만 하면 죽이는 사람! 송장 바로 곁에서 사는 사람! 절대로 섣불리 건드릴 사람이 못

되니까!”그러나 주육화상의 말을 그다지 대단하게 여기는 만빙여 아가씨가 아니고 보니 어

쩔 도리가 없는 일이었다.”흥! 뭐라구?”남의 말에 굴복하기 싫어하는 교만하고 고집 불통인

만빙여 아가씨는 이렇게 한 마디 해놓고 언성을 더한층 뾰족하게 높였다.”원 세상에! 이렇게

지독한 사람도 있단 말인가? 에그머니나! 화상 아저씨! 나도 죽을 사람들 축에 끼어야 한다

니, 이런 억지 소리도 있나?”이렇게 말하면서, 아가씨는 앞으로 몇 발자국을 더 나섰다. 여전

히 활짝 핀 꽃송이같이 화사한 웃음을 띠고 날씬한 허리채와 토실토실한 둔부를 한들한들

흔들었다. 누구나 얼마나 짓궂고 거만스러운 처녀인지 족히 알 수 있을 만했다.이편에 서 있

는 사람들은 만빙여 아가씨의 정체를 잘 알고 있는지라, 아무런 근심 걱정도 하지 않았다. 그

런데 도리어 저편에 서 있는 천하제일방의 금환사자, 백의공자(白衣公子) 구평이 아가씨에

게다 눈독을 들이고 유심히 바라다 보고있었다.평생에 여색(女色)이라면 생명같이 여기고 죽

을 둥 살둥 하는 구평이란 자는, 갓 씻어 놓은 파줄기같이 허여멀쑥하고 미끈한 만빙여 아가

씨를 한 번 보는 순간부터 그 요염한 점에서 봉랑자를 뺨칠 정도요, 시원시원하고 싱싱한 점

에서 예봉 사마림 아가씨도 따를 수 없는 기막힌 아가씨라고 점을 찍었다. 입 속에 군침이

돌아서 견딜 수 없는 것을 꾹 참으면서 마음속으로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것이었다.

‘저렇게 절세의 미모를 지닌 아가씨가 일견사 허비 노인의 손가락하나로 목숨을 잃게

된다는 것은 너무나 애석한 일인데!’그렇다고 해서 이 어마어마한 장면에서 일개 금환

사자가 감히 말을 가로채 가지고 나설 수도 없는 노릇이고, 공연히 혼자서 조바심을

낼 뿐이었다.일견사 허비의 음침맞은 눈초리가 금방 잡아 삼키겠다는 듯, 만빙여 아가씨의

얼굴 위를 몇 번인지 빙글빙글 돌았다. 징글맞은 웃음소리를 터뜨렸다.”헤헤헤! 아가씨

! 어느 문파지?”만빙여 아가씨는 시치미를 뚝 떼고 싸늘하게 대답했다.”나? 나는 문호

(門戶)도 없고 파(派)도 없는 여자니까‥‥‥‥””아가씨의 스승은 누구요?””난 스승도 없

고‥‥‥‥”일견사 허비는 몹시 불쾌한 생각이 들었지만 꾹 참고 한 번 더 물어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