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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해주셨던 말이었다. 이미 나이가 차 어느 정도 생각을 가질 때 우연히 아버지의
죽음과 지금의 자신을 알았다. 그때의 슬픔은 어린 마음에 견디기 힘들었다.자신이
왜 아버지가 아닌 숙부들의 손에서 자라야 했으며 어머니의 따뜻한 품에 몇 번 안겨
보지도 못한 채 혼자였어야 했는지 노미림은 병상에 누워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던
어머니가 생각났다.’가족…, 이미 그런 생각은 버렸어요. 전 절대 그들을 용서하지 않
을 겁니다. 그저 자신의 명예를 위해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마저 버린 그들을 전 절
대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가족이란 따스하게 감싸 주고 서로를 아껴 주는 것이란다
. 미림이도 어느 한 사람과 만나 가족을 가지게 된다면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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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 거야.””엄마…….””이렇게 어여쁜 딸을 두고 누워 있으려니 정말 힘들구나…, 정원을
보여 주겠니? 네가 심은 국화가 꽃을 피운 것 같구나.”노미림은 고개를 계속 끄덕이
며 창문을 활짝 열었다. 그곳에 활짝 피어난 국화꽃들이 햇빛을 받으며 빛나고 있었
다. 노미림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엄마! 엄마! 국화가 활짝 피었어요.”하지만 노
미림은 어머니의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여름의 무더위가 내리쬐는 뜨거운 날씨에
사람들은 윗옷을 벗어 던지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데 여념이 없었다. 그런 천왕성의
북적한 외성과는 달리 내성은 여전히 조용하기만 했다.내성의 후원에 자리한 자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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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慈香殿)은 어느 곳보다 조용했다. 자향전은 성주의 직계 가족이 머무는 곳으로 함부
로 들어갈 수 없는 곳이며 천왕성에서 가장 중지 중의 중지이다. 그런 자향전에서 한
명의 남의 소저와 두 명의 시비가 나왔다.남의 소저는 작은 키에 아담한 체형을 가진
굉장히 귀엽고 어려 보이는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허리에 차여 있는 검은
마치 어린이가 검을 차고 다니는 것처럼 검집이 거의 땅에 닿으려 하고 있었다. 그렇
지만 그 모습이 어울렸으며 보는 이로 하여금 그 검으로 인해 그녀의 모습이 정말 깜
찍하고 귀엽게 보이게 했다.그녀는 발걸음을 옮겨 문화궁으로 들어갔다. 가끔 지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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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무사들이 그녀에게 공손하게 인사를 건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가 문화궁
에 들어가자 두 명의 시비가 나와 그녀를 맞이했다. 시비의 표정은 밝았으나, 그녀의
표정은 굉장히 어두웠다. 그런 그녀의 발걸음이 빨라지며 문화궁의 심처에 들어섰다.
“어서 와, 천 동생.”천여랑은 눈앞에 한 명의 백의 소저가 수많은 서류를 쌓아 놓고 싸
우는 모습이 들어왔다. 천여랑이 들어왔어도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그 소저는 책상
위에 쌓여 있는 서류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소저의 옆에 두 명의 시비가 그녀의 잔
심부름을 해주고 있었다. 또한 십여 장이 넘는 거대한 방 안이 사방에 꽉꽉 들어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