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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만도 다행으로 알고 잠자코 있지, 무슨 주제에 주둥이를 놀리고 있다는 건가?”청포객이

정색을 하고 점잖게 물었다.”허 형!도대체 이 방에 침범한 놈이 누구일까?”일견사 허비는

전신의 맥이 탁 풀려서 긴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그리고 힘없는 음성으로 말했다.”그건

물을 것 없어! 자네들은 나를 따라오기나 해!”<제7권에서 계속>6O. 탈출백면무상은 초상

집 개마냥 풀이 죽어서 고개를 푹 수그리고, 하룻밤 새 두 볼이 쑥 들어간 가엾은 얼굴 일

견사 허비의 뒤를 어슬렁어슬렁 따라갔다.또 한군데 다른 방안으로 들어섰다.거기서는 봉

랑자 우의미 아가씨가 남몰래 웃음을 금치 못하며 시치미를 뚝 떼고 물었다.”또 술들이 취

하신 모양이군?”청포객은 어젯밤에 발생했던 추태를 봉랑자가 눈치나 채지 않을까 겁이 나

서 어물어물해 넘기려고 했다.”맞았소. 어젯밤에 우리들은 허 형을 모시고 술을 마냥 마셨소.

둘째가 제일 많이 마시고 엉망진창으로 취했거든‥‥‥ 헤헤헤 ! 나도 어지간히 취했었구‥‥‥‥”

봉랑자는 앙큼스럽게 아무 것도 모르는 척 시치미를 뚝 떼고 생글생글 웃는 낯으로 백면

무상의 얼굴을 핼끔핼끔 쳐다봤다. 그의 한편 볼이 퉁퉁 부었고 거기다가 손바닥 자국까

지 뚜렷하게 드러나 보이는지라, 일부러 동정하는 척하며 깜짝 놀랐다는 표정으로 물어

봤다.”아이! 백면무상은 어떻게 된 일이지? 누구에게 호되게 뺨을 얻어맞았을까? 오죽이

나 아팠을까?”백면무상은 쑥스러운 표정을 하고 소리 없이 어색한 웃음을 씽끗 웃었다.

괴로운 심정을 이루 말할 수 없어서 벙어리 냉가슴 앓듯 어물어물 넘기려고 했다.

“이건‥‥‥ 이건‥‥‥ 내가 내 손으로 내 뺨을 때린 거야.”봉랑자는 깜찍스럽게도 손을 뻗

쳐서 백면무상의 아픈 뺨을 어루만져 주었다.마음속으로는 웃음을 참지 못하면서도

통 그런 내색을 보이지 않고, 지대한 관심을 표시하는 척 두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아니? 그건 왜? 무슨 까닭으로?”일견사 허비가 음침맞은 음성으로 버릇처럼 너털

웃음을 치면서 슬쩍 딴전을 부려서 넘기려고 했다.”헤혜헤! 아마 해괴 망측한 악몽

을 꾸었던 모양이지?”백면무상은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되겠다 생각하고

대뜸 말을 가로챘다.”맞았어! 꿈을 꾸었는데‥‥‥ 꿈속에서 어떤 놈과 결투를 하다가 맘

대로 안 되니까 내가 내 손으로 내 뺨을 때리는 바람에 번쩍 눈을 떴지.”봉랑자는 모든

일을 훤히 알고 있으면서도 앙큼스럽게 전혀 아무 것도 모르는 척 교태를 부려가며 아

양을 떨었다.”정말 바보야. 얼마나 아팠을까? 자기 손으로 자기 뺨을 때리는 사람이 천

하에 어디 있어? 이리 와요. 내가 아픈 것이 가라앉도록 문질러 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