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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거리를 뒤로 미끄러져 가면서 한도야용(寒濤夜湧)이란 수법을 발휘, 칼날을 평평하게 가로질러

서 재빨리 매약화 아가씨의 공세를 막아냈다.매약화 아가씨의 칼끝이 약간 아래로 처지는 순간에,

백봉 주영의 칼끝과 불과 한 자밖에 거리가 떨어져 있지 않을 때, 매약화 아가씨의 칼끝은 재빨리

주영의 날씬한 허리께를 스치려고 했다.이 아슬아슬한 찰나에 철컥! 하는 무시무시한 쇳소리를 내

면서 마치 유성이 내리꽂히듯, 한줄기 하얗고 매서운 광채가 화살처럼 땅바닥에 꽂혔다.”에그머니

나!”질겁을 하며 외마디 소리를 지르는 백봉 주영은, 그래도 제비같이 날쌘 동작으로 살짝 몸을

피하고 선뜻 뒤로 물러섰다.매약화 아가씨는 분명히 칼이 부러지는 무시무시한 쇳소리를 들었다.

깜짝 놀라며 자기 손에 들고 있는 칼부터 살펴봤다. 자기 칼은 여전히 새빨간 광채가 번쩍번쩍, 아

무 이상도 없음을 확인하고 안심할 수 있었다.그러나 한편, 백봉 주영은 대경 실색하지 않을 수 없

었다.손에 잔뜩 움켜잡고 있는 것은 칼자루뿐이 아닌가!이 여자가 생명같이 여기는 한 자루 장검이

, 칼자루에서 불과 몇 치의 칼날도 남겨 놓지 않고 두 동강으로 잘려져 버리고 만 것이었다.백봉 주

영은 칼날이 잘라진 칼자루를 움켜잡은 채, 기가 막힌다는 듯 멍청히 넋을 잃고 서 있을 뿐이었다.

자기의 이 한 자루 장검으로 말하자면, 절대로 보통 평범한 물건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주영의 모친이 한때 무예계를 주름잡고 천하를 횡행했던 시절에, 역시 이 장검 한 자루가

유일한 무기였다. 나중에 이 장검이 자기 수중으로 넘어 온 뒤에도 얼마나 수많은 고수급 거물들과

대적했는지 이루 헤아릴 수도 없으며, 또 얼마나 수많은 무기들과 맞닥뜨렸는지 모르지만, 한 번도

이런 경우를 당해본 적이 없었다.방금 매약화 아가씨와 대결했을 때에도, 상대방의 보검이 또한

비범한 물건임을 잘 아는지라 특별히 조심했다. 뿐만 아니라, 자기의 정확한 판단으로 볼 때, 매약

화 아가씨의 칼날은 절대로 자기 장검의 칼날을 스친 일도 맞닥뜨린 일도 결코 없었다.’그런데 어

째서 내 칼날만 두 동강이 났다는 것일까?’아무리 생각해도 까닭을 알 수 없는 괴상한 일이었다.

비운이 이때 또 생글생글 웃으면서 주둥이를 놀렸다.”정 부인! 또 화가 나셨군요? 어째서 부인

의 칼날이 두 동강으로 잘라졌다죠? 정말 그 까닭을 모르시나요?”백봉 주영은 약이 올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