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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무영객은 강주 아가씨가 손을 쓰기 시작하는 것을 보자, 얼굴

을 가린 얄따란 헝겊 속에서 두 눈동자가 무시무시하게 날카로운 광채를 발사했다.시종 여일

껄껄대며 말했다.”허허허! 네년은 정말 나하고 한바탕 겨루어 보자는 배짱이냐?”강주 아가씨

는 천천히 고개를 쳐들었다. 천연스럽게 웃는 얼굴로 여유 작작하게 대꾸했다.”저 여자의 꼴이

얼마나 딱하고 불쌍하냔 말이야! 응? 그대는 무슨 까닭으로 아가씨에게 저렇게 참기 어려운

고통을 주는 것이지? 왜 우리들에게 똑바로 말을 해주지 않느냔 말이야?”무영객은 끝까지

상대방을 경멸하는 태도였다.”헤헤헤! 남의 일에 주제넘게 간섭하고 나서지 말란 말이다!”

강주 아가씨는 아래턱을 끄덕끄덕하면서 침착한 음성으로 달래듯이 말했다.”이봐 ! 어서

말해 봐! 도대체 무슨 까닭인지!”무영객은 진퇴양난의 지경에 빠졌다.강주 아가씨로 말하

자면 음성이나 태도나 차분히 가라앉은 얌전하고 착한 소녀이기도 하지만, 그 반면에 남

달리 앙칼지고 매서운 개성의 소유자임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또 비록 나이는 어리다고

하지만, 아가씨의 무술 실력이나 재간으로 말해도, 부친의 진전(眞傳)을 모조리 물려받은

몸으로 비범한 바가 있다는 점도 잘 알고 있었다.무영객으로서는 만약에 한 번 손을 대기

만 한다면 이 방안에 있는 네 사람을 모조리 죽여 없애고, 그 시체조차 감쪽같이 없애 버려

서 털끝 만한 흔적도 남기지 않아야 한다. 네 사람 중에서 하나라도 뺑소니를 쳐서 이런

소문이 바깥 세상으로 새어 나간다면, 신영궁에서 자기를 그대로 내버려두지 않으리라

는 점도 계산에 넣어야 했다.더군다나 벙어리 유모의 행방을 알아내기 전까지는 서기와

그의 제자 유사고 아가씨를 무작정 죽여 없앨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이렇게 여러모로 생

각할 때, 무영객은 치밀어 오르는 격분을 억지로 꾹 누르면서, 그런 기색을 손톱만큼도

얼굴에 나타내지 않고, 역시 껄껄껄 웃으면서 말머리를 슬쩍 딴 데로 돌려 버렸다.

“네년은 아직도 잊어버리지는 않았겠지? 언젠가 그날, 산비탈 아래서 발생했던 사건을?”

53. 절세미인 예봉강주 아가씨와 계집종 비운은 언젠가 산비탈 아래 빈 터에서 여러 사

람 사이에 일대 결투가 벌어지려는 장면을, 피리 소리의 괴상한 음향으로 흩어 버리고

난 뒤에는 소세옥을 한 번도 만나 보지 못했다. 그 당시에, 강주 아가씨는 무예계의 수많

은 고수급 인물들이 저마다 무기를 뽑아 들고 사생 결단을 하려고 날치는 꼴을 보자, 평

소에 사람들이 피 흘리는 것을 가장 보기 싫어하는 강주 아가씨로서는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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