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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봉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빈정거리는 웃음을 터뜨렸다.”헤헤헤! 고 계집애 정말
똑똑한데! 용의 주도한 계집애로군! 하지만 안심하는 게 좋을 거다! 내가 이따위 젊
은 녀석 하나와 대결하는 데에 있어서, 그따위 말을 중언 부언하는 것은 모두가 쓸
데없는 말에 불과하다!”만빙여 아가씨는 그제야 안심했다는 듯 선선히 대꾸했다.
“그럼, 좋아요! 위대하신 방주님의 입으로 이런 말을 꼭 들어 둬야만 되니까‥‥‥ 자아,
그럼 두 분, 해보시지!”소세옥은 만빙여 아가씨가 이처럼 용의 주도하다는 데에 남몰
래 감탄하여 마지않았다. 새삼스레 심각한 표정을 하고 만빙여 아가씨의 얼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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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동안이나 유심히 바라다봤다.강주 아가씨가 옆에 있다가 또 나지막한 음성
으로 소세옥을 격려했다.”용기를 내요! 승리는 당신의 것이니까! 부친의 원수를
갚기 위해서 또 신영궁의 영예를 위해서, 오라버니는 응당 자신 만만한 싸움을
해야 돼요!”소세옥은 시선을 강주 아가씨에게로 돌리고 대답했다.”지당한 말이지
! 우리 사문(師門)의 영예를 위해서 나는 내가 지닌 온갖 실력과 재간을 몸이 으
스러질 때까지 발휘해 볼 거야!”강주 아가씨는 고개를 끄덕끄덕했다.”무예계의
패자가 되고, 천하에서 제일인자가 되려면‥‥‥ 성공과 실패가 이번 한판 결투에
달린 것이니까‥‥‥ 성공하기를 하느님께 빌어 마지않아요!”강주 아가씨의 두 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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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눈물이 글썽글썽했다.소세옥도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끄덕했다.”고마워
! 강주!”말을 마치자, 소세옥은 고개를 돌이키고 정기봉의 얼굴을 노려봤다.
그의 두 눈에서는 원한에 사무친 불길이 또다시 훨훨 타오르고 있었다. 이십 년
동안을 피로써 갚아야 했을 원수, 십오 년 동안을 두고 겪은 굴욕적인 압박과 천
대.이 모든 것을 오늘이야말로 깨끗이 청산해 버리고 씻어 버릴 때가 닥쳐온 것이
아닌가!소세옥은 하늘 높은 곳을 우러러보며 장탄식을 금치 못했다.”아버님! 어머
님! 하늘에 계신 영혼이라도, 오늘 밤에 이 변변치 못한 자식이 부모님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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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수를 갚고 있다는 것을 알아 주십시오!”말소리가 그치는 순간, 불쑥 앞으 몸
을 내밀었다.손에 잡고 있던 추운검을 다짜고짜로 휘둘러서 추운소월(追雲掃月)이
라는 검법을 발휘했다.눈부시게 돌아가는 칼끝은, 과연 추운검법(追雲劍法) 중의
한 가지 절기(絶技)로, 상대방에게 처음부터 맹공을 가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한 번 칼이 휘둘러지자, 칼끝에서는 즉각에 수십 개의 별과 같은 불꽃이 반짝반짝 매
섭게 튀어났고, 뇌성 벽력같이 무서운 소리를 내면서 곧장 정기봉의 앙가슴의 급소
들을 노리고 육박해 들어갔다.정기봉은 세상 사람들이 성수신검(聖手神劍)이라고 일컫
을 만한 당당한 실력과 재간을 지닌 몸이었다. 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