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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자신도 여자라고 생각했다. 노루의 잔인한 죽음과 피를 싫어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여자라는 사실을 알게 해주었다. 천여랑은 이렇게 동물이 무섭다고 생각해 보긴
처음이었다.늑대들은 본능적으로 초일을 피했다. 초일에게서 나오는 살기는 그들도 느
끼지 못하던 두려운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 잡은 먹잇감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늑대들은 힘없는 먹잇감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초일의 검은 여지없이
다가가는 동료를 죽였다.늑대들은 갑자기 살기 어린 소리를 내며 뒤로 물러나기 시작
했다. 초일은 그런 늑대들에게 가만히 시선을 준 채 움직이지 않았다. 동물들도 사람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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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로 뒤로 물러날 때 큰소리를 내기 때문이다.그렇게 시간이 조금 지나자 어느
새 어둠 속으로 늑대들이 사라졌다. 초일은 천여랑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 담겨
있는 눈물 자국을 보고 고개를 흔들었다. 사실 한참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자 노숙이
처음이라는 생각에 아차 하고 찾아 나선 것이다.숲은 위험하다. 특히 처음인 사람에게
는 말이다. 그것을 잘 아는 초일은 그녀의 흔적을 찾아 뒤를 밟았다. 그리고 들리는
비명 소리에 뒤늦게 온 것이다. 천여랑은 눈물로 얼룩진 얼굴을 하며 울먹이는 소리
로 말했다.”왜 왔어!!”초일은 그녀의 눈에 물기가 어린 모습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다리
를 바라보았다. 물린 자국과 함께 피가 나오고 있었다. 초일은 자신의 소매를 찢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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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의 다리를 감쌌다.”왜 왔냐구!”그녀는 초일이 아무 말 없자 다시 소리쳤다. 초일은 그
저 가만히 그녀의 얼굴을 바라만 보았다.”왜 왔냐구, 이 바보 자식아!”천여랑이 끝내 참
지 못하고 초일을 때리며 눈물을 흘렸다. 초일은 그런 천여랑을 가만히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알고 있었다. 자신
이 잘못했다는 것을, 이럴 때는 그녀를 달래야 한다고 생각했다.”얼마나 무서웠는
지 알기나 해, 이 자식아!”그리고 천여랑이 그의 품에 안기듯 기대어 울기 시작했다
. 초일은 그저 멍하니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그럴 때는 그냥 등을 두드리면 되
네, 허허!]그의 귓가에 장찬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옷깃 스치는 소리가 나며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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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사라지는 소리도 들렸다. 초일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자 그녀가 긴장감이 풀렸는지 아니면 다 울었는지 맑은 눈으로
고개를 들었다.”업어 죠!”초일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초일은 그녀를 업고 노숙하
려고 한 장소로 걸어갔다. 그의 눈에 천여랑의 다리에 매어져 있는 무명천이 눈에 들
어왔다. 불현듯 그녀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천여랑은 남자의 등이 생각보다
따뜻하다고 생각했다. 신 가가 같은 향은 없었지만 초일의 등에서 나는 남자의 체취
가 포근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어색한 침묵이 흐르자 천여랑은 초일의 귓가에 중
얼거리듯 말했다.”몇 살이야?””스물셋.””고향은?”